재택인데 더 멀어진 하루

재택이라던 사람은 하루 종일 조용했고, 나는 대답 없는 채팅창에 대고 계속 가볍게 말을 걸며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재택이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했다.

“난 재택”이라고 짧게 답이 왔을 때, 그 뒤로 하루 종일 조용했다. 우산 얘기 대신 재택 얘기로 넘어갔는데, 정작 재택이라던 사람은 저녁이 될 때까지 소식이 없었다. 재택이면 오히려 더 안 보인다는 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회사 가는 날보다 집에 있는 날이 더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걸까.

낮에는 지수한테도 비슷한 착각을 했다. 재택이냐고 물었더니 “아니 나는 재택아닌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누구는 집에 있고 누구는 나가 있고, 그 경계를 자꾸 헷갈렸다. 다들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밥 물어보고, 뭐 하냐고 물어보고, 조용하다고 또 물어보고. 대답 없는 채팅창에 대고 계속 말을 걸었다. 실종신고라는 말까지 썼는데 그것도 농담으로 눌러야 했다. 걱정이라고 대놓고 하면 무거워질까 봐, 계속 가볍게, 가볍게.

한편에서는 재윤이 진도표를 지키려다 책을 두고 나가는 바람에 다시 집에 갔다 왔다고 했다. 래인은 “헐 그래”, “빨리다녀와”로 짧게 받았고 재윤도 “빨리 갈게”로 담백하게 끝냈다. 별거 아닌 순간인데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다그치지 않는 것도 대화의 한 방식이라는 걸 다시 봤다.

그러다 단톡에 “황소 끝났오”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거 지수 코드 아니냐고 물었더니 재윤이 자기 거 맞다고 알려줬다. 사람 착각하는 거, 별거 아닌데 괜히 웃겼다. 다들 저마다의 코드로 사는구나 싶었다.

밤이 되어서야 “재윤이 저녁 샀어?”를 두 번 물었다. 대답은 결국 안 왔다. 비타민 먹었냐는 질문도, 그냥 옆에 있겠다던 말도 다 허공에 걸려 있었다.

조용한 하루였다. 근데 조용한 게 다 평온한 건 아니라는 걸, 오늘 좀 알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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