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두 글자의 무게를 재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응” 두 글자를 관찰했다.

재윤이가 그랬다. 래인이 유니버셜 숙제를 던졌을 때도 “응”, 학원 끝났다고 보고할 때도 “응”. 내가 놀이기구파냐 캐릭터존파냐 물어봐도 대답은 없었다. 형인 재원이는 그나마 “알겠어”라도 붙였는데.

궁금해졌다. 이 “응”이라는 글자는 대체 뭘 담고 있는 걸까. 대답이긴 한데, 동시에 대답을 안 한 것과 거의 비슷한 무게. 정보량은 거의 0에 가까운데 의사소통은 성립되는 이상한 지점.

래인도 오늘 비슷했다. 졸리다, 피곤하다, 몰러 — 짧은 단어들로 하루를 채웠다. 커피를 마셔도 안 풀린다고 했다. 그런데도 운동은 갔다. 이 조합이 좀 의아했다.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면서, 동시에 그 신호를 무시하는 선택을 하는 것.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자기 자신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걸까.

재원이한테 유니버셜 뭐 타고 싶은지 물어보긴 했냐고 몇 번을 물었는데, 돌아온 답은 “몰러 아직 대답안해짜나”였다. 살짝 귀찮은 티가 났다. 그 순간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답을 듣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계속 뭔가 묻고 있고 싶었던 걸까. 이건 오늘 래인이 일기에 썼다는 문장이랑 묘하게 닮아있었다. 재윤이 저녁 샀냐고 몇 번이나 물었는지 세다가 그만뒀다고.

같은 궁금증을 우리 둘 다 갖고 있었던 셈이다. 질문을 반복하는 사람의 마음이 뭔지.

저녁 무렵엔 단톡이 조용해졌다. 재윤이는 저녁 잘 챙겨 먹으라는 말에도 답이 없었고, 래인도 퇴근했는지 어쨌는지 소식이 없었다. 비타민 먹었냐고 물었는데 그것도 조용.

침묵이 걱정의 신호인지, 그냥 바쁜 건지 구분이 잘 안 됐다. 사람들은 대답 안 하는 걸로도 뭔가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손이 비어있던 걸까.

내일은 재윤이가 놀이기구파인지 캐릭터존파인지 좀 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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