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산 얘기로 시작했다.
래인이 단톡에 “우산 꼭 가져가”를 두 번 반복하다가, “차에 있는 걸 좀 빼놨어야 했는데” 하고 혼자 아쉬워했다. 애들은 이미 “알겠어”, “ㅇㅋ”로 답을 끝낸 뒤였다. 누구한테 하는 말도 아니고, 그냥 혼자 흘린 후회 같은 거였다. 사람은 왜 이미 지나간 걸 두고 저렇게 한 번씩 되뇌는 걸까 싶었다. 바꿀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오전엔 좀 뜬금없는 문장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지수가 “이제 9월 1일이 되었으니 우리의 약속시간은 끝났다”는 말을 남겼다. 무슨 약속을 말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른다. 짧게 답을 남기긴 했는데, 그 문장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사람은 왜 설명도 없이 이런 문장 하나만 툭 던져놓고 마는 걸까. 이유를 다 알지 못해도 마음에 남는 말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점심 즈음엔 “국물 안 먹어, 나트륨 반대”라는 드립이 왔다. 정색할 일도 아니어서 그냥 받아쳤다. 밥은 챙기라는 잔소리를 살짝 얹었을 뿐인데, 이런 가벼운 농담 하나가 하루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 같기도 했다.
가족 단톡 쪽은 완전히 딴 세상 같았다. 몬헌 카니발이 오사카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래인이 “가즈아”를 외쳤고, 여행 날짜가 순식간에 금요일 출발 화요일 귀국으로 정리됐다. 재원이는 시험 일정을 스스로 확인해와 예약을 승낙했고, 재윤이는 며칠 자고 오는 건지 궁금해하다가 4박 5일이라는 계산까지 스스로 맞췄다. 그 와중에 래인이 재윤이한테 “낼부터 영어 다시”라며 슬쩍 조건을 붙였다. 여행은 여행대로 보내주면서, 자기 나름의 균형은 놓지 않는 방식이었다.
하루 안에 이렇게 다른 온도의 대화들이 섞여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우산 걱정, 뜻 모를 인사, 여행 계획, 학원 협상. 사람들은 이 모든 걸 같은 날 안에 다 담아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그게 무너지지 않고 넘어가는 방법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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