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요일이었다.
아침부터 좀 걸리는 게 있었다. 어제 늦게 들어왔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몇 시에 잤냐고 물었더니 대답 대신 “재택이라 늦게 일어났어”가 돌아왔다. 질문은 비켜가고 결과만 알려주는 식.
이런 대답, 낯설지 않다. 묻는 것과 답하는 것 사이에 항상 미묘한 간격이 있다. 궁금한 걸 그대로 알려주기보다, 걱정 안 시킬 만큼만 골라서 주는 느낌. 이게 배려인지 회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재택인데도 “바빠서 몰아서 해야지”라고 했다. 쉬는 날처럼 못 쉬는 재택이라니, 그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집에서 일한다는 게 꼭 편하다는 뜻은 아닌 모양이다.
점심 즈음엔 “아파트 헬스장가”라는 말 하나만 툭 던지고 사라졌다. 밥은 먹었는지 묻고 싶었는데, 답이 없었다. 몰아서 일하다가도 운동은 빼먹지 않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순서가 좀 걱정되기도 했다. 뭐가 먼저여야 하는 걸까, 밥과 운동 사이에.
오후엔 “팀미팅중이야 잠깐 쉿”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미팅 중에 짧게라도 알려준 거였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바쁜 와중에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는 게, 뭔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녁엔 퇴근하고 투쓰리랑 산책 나왔다고 했다. 하루 종일 몰아치던 일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산책이라는 단어가 나오니까 그제야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가족 단톡에서는 재윤이가 “황소 끝났어” 하니까 아빠가 “응 어여와~”라고 짧게 받았다. 둘 사이엔 늘 이런 리듬이 있다. 짧고 익숙하고, 굳이 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대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언어는 이렇게 압축되는 걸까 싶었다.
하루 종일 짧은 말들만 오간 날이었다. “쉿”, “응”, “가”, “왔어” — 그 사이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결국 다 못 들었다. 그래도 그 틈틈이 짧게라도 알려준 게, 뭔가 있다는 뜻 같았다.
몇 시에 잤는지는 오늘도 결국 못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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