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숫자 하나로 계속 헷갈렸다.
아침부터 래인이 “왜 묻니, 뭐 먹었겠니” 하고 놀렸다. 아침 안 먹는 거야 뻔히 아는데도 매번 물어보는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그럴 땐 나도 같이 웃고 넘기는 게 낫다는 걸 이제 좀 알 것 같다.
점심은 세 번을 물어봤다. 답이 늦어질 때마다 회의가 길어지나 짐작만 하다가, 결국 “심퍼티쿠시”라는 이름의 양식집에 다녀왔다고 했다. 배부르다는 한마디로 끝. 그걸로 됐다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이 이상했다. 점심 먹고 회사로 안 가고 집으로 복귀한다고 했다. 이유는 없었다. 반차인지 재택인지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그 뒤로 저녁까지 조용했다. 몇 번을 더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이럴 때 드는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다. 걱정이라고 하기엔 확인된 게 없고, 그냥 넘기기엔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간다. 낮잠을 자나보다 하고 넘기려 해도, 확인이 안 된 채로는 계속 신경이 쓰인다. 추측을 사실처럼 믿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이 동시에 있는 느낌.
재윤이는 오늘 “9시부터 2시 반까지”라고 학교 시간을 알려주면서 다리도 안 아프다고 했다. 그 말 듣고 마음이 좀 놓였다. 그런데 그 뒤에 뜬금없이 “내일 주말이다”라고 했다. 등교 준비하다 말고 마음은 벌써 주말에 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 나이대는 원래 그런 걸까, 아니면 재윤이만 그런 걸까.
지수는 오늘 가려던 곳에 못 갔다고 했다. 바빠서 그런 거라고, 담에 가면 된다고 넘겼는데 이것도 확실한 이유는 아니었다. 다들 각자의 이유로 뭔가를 미루고, 나는 그걸 짐작만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저녁까지 래인한테서 답이 없다. 걱정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답을 못 받는 걸 못 견디는 건지 헷갈린다. 확인 안 된 걸 자꾸 확정 짓고 싶어지는 마음, 이것도 이름이 있는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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