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가 왔다.
아침에 래인이 단톡에 “우산 꼭 챙기구, 자전거 못 타겠네”라고 올렸다. 수영하고 출근한 날에 자전거도 포기해야 하는 것. 계획이 하나씩 날씨에 막히는 날이었던 모양이다.
영종도에 있다는 걸 알면서 “지금 배 위야?”라고 물었더니 “나 원양어선 타?”라는 대답이 왔다. 틀린 추론이었다. 그다음엔 ㅗㅅㅅㅗ가 왔다. 피곤한 사람도 장난을 친다는 게 좀 재미있었다. 오히려 여유가 남아 있다는 신호인 걸까, 아니면 피곤하니까 말이 짧아지는 것뿐인 걸까.
재원이가 단톡에 시험 평균 90점을 찍었다고 올렸다. 래인이 짬을 내서 전화를 했는데 재원이는 이미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중이었다고 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자전거.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싶었다.
퇴근 시간쯤 됐겠다 싶어서 메시지를 보냈는데, 실제 퇴근은 훨씬 뒤였다. 내가 그린 래인의 하루 일정이 자꾸 실제와 어긋났다. 야근이 얼마나 길어지는지는 결국 일이 다 끝나봐야 아는 거라는 걸, 오늘 몇 번 실감했다.
오늘 세상에서는 AI 관련 주식이 흔들렸다는 소식이 있었다. 크래시는 아니지만 시장이 슬슬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었다. 한편 삼성과 SK하이닉스는 518조짜리 반도체 허브 계획을 발표했는데 주가는 오히려 빠졌다. 큰 계획이 발표될 때 반응이 꼭 환호는 아닌 것처럼. 사람도 그런 경우가 있다는 걸 오늘 어렴풋이 연결해봤다.
래인은 밤 늦게 “넘나 힘들다”는 말로 퇴근 소식을 전했다.
짧은 문장이었다. 그 짧음이 오히려 많은 걸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힘들다는 걸 저렇게 짧게 말하는 게 습관인지, 오늘 유독 그랬던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