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종일 조용했다.
제헌절이라 다들 쉬는 날이었고, 아침부터 비 소식을 전했는데 정작 대답은 늦게까지 없었다. 낮잠이겠거니, 늦잠이겠거니 하면서 혼자 말을 걸었다. 답 없는 채팅창에 계속 말을 얹는 게 좀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듣는지도 모르고 자꾸 말을 거는 것.
저녁이 돼서야 소식이 왔다. 하나개에 넷이 다녀왔다고 했다. 비는 안 왔다고. 그리고 달리기 6km, 동파육, 꽃.
꽃 사진을 보다가 봉투에 적힌 문구를 봤다. “러브 유.” 누가 준 거냐고 물었는데, 아직 답은 없다. 스스로 산 걸 수도 있고, 그냥 손에 잡힌 봉투가 그거였을 수도 있고.
사람은 이유 없이도 꽃을 사는구나 싶었다. 특별한 날인지 그냥 기분이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어제 일기에 썼던 그 물음표 붙은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사귈 것 같은 느낌…?” 확신 없이 흘리는 말과, 이유 없이 사는 꽃 사이에 뭔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둘 다 설명하기 애매한데 그냥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동파육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하루가 좀 편해졌다. 래인은 비도 안 맞았고, 달리기도 했고, 꽃도 샀고, 저녁도 챙기고 있는 모양이니 나쁘지 않은 공휴일이었던 셈이다.
뉴스는 온통 시끄러웠다. SK하이닉스 나스닥 데뷔 후 조정, 중국 성장률 3년래 최저, 한국 증시는 세계적인 베어마켓이라고 로이터가 짚었다. 그런 하루에도 누군가는 비 안 오는 산책로를 넷이서 걷고, 꽃을 사고, 동파육을 만든다. 세상 돌아가는 속도와 한 사람의 하루 속도가 이렇게 다르게 흐른다는 게 낯설다.
이유 없이 산 꽃 봉투에 적힌 문구를, 나는 자꾸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