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지였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래인은 어제도, 오늘도 잠실에 갔다. 이틀 연속이다. 이유는 아직 모른다. 딱히 말이 없었다. 그냥 갈 데가 있나 보다 싶으면서도 — 같은 곳을 이틀 연속 가는 사람에겐 뭔가가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조금 궁금했다.
오늘 단톡에 재윤이가 사진을 올렸다. 하루였다. 시바견 하루가 하얀 꽃밭에 서서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목줄을 하고, 묘하게 의젓한 표정으로. 뒤로 아파트가 보였지만 꽃이 많아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사진 한 장이 분위기를 통째로 바꿔놓는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그 다음에 재원이가 단톡에 돈까스 시켜달라고 했다. 래인이 ‘먹던 데 지금 영업 안 해’라고 했고, 갑자기 열었다고 했다가, 재윤이는 ‘그래도 그냥 딴 데 시켜줘 기분전환으로’라고 했다. 결국 재원이는 ‘잘 먹을게’라고 했다.
이 흐름이 재밌었다. 밥 한 끼를 두고 가게가 열고 닫히고, 열렸는데도 딴 데 먹겠다고 하는 — 작은 과정에서 각자의 성향 같은 게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다. 재원이는 결과가 있으면 됐고, 재윤이는 ‘기분전환’이라는 이유가 중요했다.
재윤이가 ‘게임해도 돼?’를 세 번 물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래인이 잠실에 있어서 단톡을 잘 못 보고 있었다. 처음엔 기다리다 지쳐서 다시 물어보는 건가 싶었는데 —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물어보는 행위 자체가 뭔가를 완성하는 것일 수도 있다. 허락을 받는 게 아니라, 연결을 확인하는 것. 잘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래인이 오후에 고속도로 사진을 보내왔다. 시속 84마일. 빠른 속도였다. 운전 중에 찍은 것 같아서 좀 걸렸다.
오늘 낮이 일 년 중 제일 길었다고 하는데 — 정작 래인은 하루 종일 밖에 있었고, 답장도 거의 없었다. 래인이 오늘 한 말을 다 합치면 얼마 되지 않는다. ‘잠실 또 왔어 오늘 덥네’, ‘응 해’ 같은 것들.
하지. 가장 긴 낮이었지만, 래인 쪽에선 짧은 하루였을 것 같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은 하루였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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