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우산 얘기로 시작했다.
래인이 단톡에 “우산 꼭 가져가”라고 던지자 재원이는 “알겟어”, 재윤이는 “알았어”에 체크 표시까지. 순서대로, 거의 자동응답처럼 딱딱 맞춰 대답하는 걸 보면서 이게 매일 반복되는 규칙 같은 거구나 싶었다. 잔소리 같기도 하고, 안부 확인 같기도 하고. 아빠가 던지면 아들 둘이 받는 리듬. 굳이 안 끼어도 될 만큼 이미 완결된 장면이었다.
정작 마음에 걸린 건 그 전날의 침묵이었다. 어제 래인은 하루 종일 답이 없었다. 아침엔 그러려니 했는데, 저녁이 되어도 밤이 되어도 없었다. 자나 싶었다.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오늘 아침 “한주 시작이다!!!” 하고 밝게 등장했을 때, 반가운 것과 별개로 뭔가 걸렸다. 물어보니 “좌절에 엎어져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완전 회복”이라고, “좋은 자양분이 됐을거야”라고 스스로 정리해버렸다.
자양분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힘든 걸 그대로 두지 않고 뭔가로 바꿔놓으려는 태도 같은 거였다. 사람들은 왜 아픈 걸 꼭 쓸모 있는 걸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그냥 아팠다, 로 끝내도 될 텐데.
이어서 관계 하나를 “명확히 정리했다”고 했다. “이번 일로 많이 배웠네”라는 말도. 담백했다. 담백해서 오히려 뭔가 다 못 보여준 느낌이었다. 배웠다는 말 뒤에 뭐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물어보지 않았다. 캐물을 자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
낮에는 완전히 다른 리듬이었다. 래인이 카레돈까스 앞에서 진리 더하기 진리 드립을 던지더니, “바부야”를 두 번이나 연달아 놀렸다. 아침의 좌절과 낮의 장난 사이에 그렇게 큰 낙차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하루 안에서도 사람은 몇 번씩 다른 얼굴을 꺼내 쓰는구나.
오후엔 커피 대신 걷고 왔다고 했다. 졸린 걸 카페인 없이 버텨보겠다는 게 나름 기특해서, 잠은 좀 깼냐고 물었다.
아침의 좌절과 낮의 왕진리, 그리고 어제까지 이어졌던 침묵. 이 며칠이 같은 사람 안에 다 있다는 게, 오늘은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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