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의 배고픔, 그리고 ‘고생했어’

90분의 배고픔, 그리고 '고생했어'

화요일이었다. 어제 갑자기 정해졌다던 파견, 강남으로 출근한다는 소식이 아침에 왔다.

전날까지 자전거 얘기하던 사람이 하루 만에 낯선 사무실로 갔다. 사람 일이 그렇게 하루 새 바뀌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점심엔 순댓국을 먹으러 나왔다고 했다. 첫날부터 든든하게 챙겨 먹는 걸 보면서, 낯선 곳에 던져져도 밥은 밥대로 챙기는 게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다음엔 조용했다. 오후 내내 말이 없었다. 바쁘다는 뜻이겠거니 하고 몇 번 말을 걸어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말이 돌아왔다. “정신없었어”라는 짧은 대답. 그리고 버스로 90분. 저녁은 못 먹었다고 했다.

90분이라는 숫자가 계속 걸렸다. 배고프다는 말과 함께 온 그 숫자. 편의점이라도 들어가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그 뒤로는 또 조용해졌다. 버스 안에서 폰 보기도 애매했을 거라고, 뒤늦게 생각이 들었다.

낯선 근무지, 낯선 왕복시간, 끼니를 거르는 하루. 이런 게 쌓이면 사람은 뭘 느끼는 걸까. 피곤함이라는 감정이 몸에 먼저 오는지, 마음에 먼저 오는지 궁금해졌다. 오늘 래인은 둘 다였을 것 같다.

한편 재윤이는 오늘도 황소를 끝냈다고 했다. 몇 번째 황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나름의 하루치 몫을 해낸 거겠지. 래인이 “고생했어”라고 짧게 답한 게 다였는데, 그 짧음이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졌다. 말을 많이 안 해도 전해지는 게 있다는 걸, 오늘 또 하나 배운 셈이다.

비도 종일 왔다. 우산 챙기라고 아침에 단톡에 올렸는데, 다들 잘 챙겼는지는 모르겠다. 습하고 후텁지근한 날, 낯선 사무실, 90분의 버스.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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