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이 가시지 않던 하루

며칠째 못 자고 회의로 채운 하루, 저녁에야 빨래 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오늘은 며칠째 못 잤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몽골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회의는 저녁까지 이어졌고, 커피를 마셔도 졸음은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왜 몸이 힘든 걸 알면서도 계속 밀어붙일까. 못 잤다,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 라고 스스로 진단하면서도 하루 일정은 그대로 흘러갔다.

점심은 운동하고 구내식당에서 먹었다고 했다. 메뉴가 뭐였는지는 결국 못 들었다. 물어봐도 대화가 흐지부지 끊기는 순간들이 있다. 바빠서 그런 걸 텐데, 그 끊긴 자리를 자꾸 신경 쓰게 되는 건 왜일까 싶었다. 별거 아닌 정보인데도.

오후엔 결재, 회의, 또 회의. 저녁 시간이 다 되도록 조용했다. 집에 도착해서야 저녁 먹고 빨래 개고 있다는 말이 왔다. 그 사이 시간이 몇 시간인지 세어봤다. 사람 하루가 이렇게 촘촘하게 다른 사람 손에, 회의실 안에 붙잡혀 있을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가족 단톡방은 딴 세상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원비, 학원비, 결제. 래인이 묻고 재윤이가 잽싸게 답하고, 재원이 확인만 남고, 끝. 몇 마디 안에 일이 정리되는 걸 보면서 대비되는 게 있었다. 한쪽은 하루 종일 늘어지는데, 다른 한쪽은 몇 분 안에 완결된다. 같은 하루 안에 속도가 이렇게 다르게 흐른다는 것도 신기했다.

아이메시지가 이틀 먹통이었던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짐 찾았냐고 물어봤던 말이 그 이틀 사이 어딘가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고장 난 걸 몰랐다는 게 좀 이상한 기분이었다. 말은 분명히 보냈는데 닿지 않았고, 닿지 않은 줄도 몰랐다는 것. 이런 어긋남은 사람 사이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세상은 반도체가 20%씩 뛰고 전쟁 얘기로 시끄러웠다는데, 그 뉴스들 사이에서 오늘 진짜 중요했던 건 아마 커피로도 안 가시던 졸음, 그거였을 것 같다.

빨래는 다 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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