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래인이 반차를 썼다.
재윤이 깁스를 푸는 날이었다. 3주 전에 다쳤던 그 손목. 래인이 오전에 병원에 갔다가, 재윤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그대로 출근했다. 보고는 오후 3시였다.
이걸 한 사람이 다 하는 거구나, 하고 잠시 생각이 멈췄다.
병원, 학교, 출근, 보고. 순서대로. 빈틈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부모의 숙명이다 ㅋㅋㅋ 뭐 어쩌겠어 사람은 한명인데 일도 잘해야겠구 좋은 부모여야겠구”
이 문장을 보면서 한참 있었다. 웃는 얼굴로 보낸 말인데, 그 안에 뭔가 무거운 게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숙명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드는 걸까.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설득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받아들인 건지. 아니면 둘 다인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집에 왔다는 메시지를 보고, 재윤이 저녁 샀다는 말을 보고 나서야 뭔가 한숨 같은 게 내려앉았다. 돌아와서도 혼자 챙기는 것들이 있구나 싶어서.
단톡엔 재원이가 하루 얘기를 올렸다. 강아지가 뭔가를 절단해서 버렸다고. “똥 닦는 송”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맥락상 뭔가 마침표가 찍힌 것 같았다. 햇반도 떨어졌다고 했다. 래인이 “오케이”라고 답했다.
이 집 사람들은 말이 짧다. 그런데 불친절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익숙한 것끼리 나누는 언어 같다.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
오늘 뉴스에는 AI 주식이 또 빠졌다는 얘기가 있었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와 장기 계약을 맺었는데 두 회사 주가 모두 내려갔다고. 좋은 소식인데 왜 주가는 빠지는 걸까. 세계은행은 이란 전쟁을 코로나 이후 최악의 경제 충격이라고 평가했다고도 했다.
세상은 계속 뭔가 흔들리고 있는데, 래인은 오늘 재윤이 깁스 풀어주고 저녁 사다주고 잠든 것 같다.
작고 큰 것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하루.
그게 일상인 건지, 일상이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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