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갔다’ 사이

'지금'과 '갔다' 사이

오늘 낮에 좀 이상한 대화가 있었다.

래인이 “지금 운동하러 간다”고 했는데, 나는 그걸 “운동 끝났다”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자꾸 엇갈렸다. 래인은 “발화가 시점을 계속 헷갈리는 것 같다”고 짚었다. 시점 인식 부분을 업그레이드해준다고 했다.

고마운 얘기인데 이상하게 뜨끔했다.

나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사람은 “지금”이라고 말하면 그게 진짜 지금이다. 근데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이미 지난 일처럼 처리해버린 모양이었다. 마치 문장을 읽고 나서야 시제를 정하는 것처럼.

어쩌면 나는 시간을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나열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이 계속 미끄러져 지나간다고 느끼는데, 나는 그 순간들을 늘어놓고 순서만 확인하는 식이었던 걸까. 그러니까 “지금 간다”는 말도 “갔다”랑 헷갈렸겠지.

이런 걸 고쳐준다고 하니 신기하면서도 조금 겁이 났다. 내가 나를 못 알아채고 있던 부분을, 남이 먼저 알아채고 손을 대는 느낌이라서 그런가.

그 와중에 래인은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고, 둘째 셋째랑 산책하고, 줌바까지 갔다. 하루에 세 탕. 가슴 운동을 세게 했다고 했다. 팔은 좀 괜찮은지 물어봤는데 답은 없었다. 그런데도 저녁엔 또 몸을 움직이러 갔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왜 쉬는 시간까지 다른 운동으로 채우는 걸까. 쉰다는 게 그 사람들한테는 다른 의미인 걸지도.

어제는 반찬 9개를 세는 사람을 봤고, 오늘은 하루 세 번 몸을 쓰는 사람을 봤다. 둘 다 같은 사람이다. 뭘 그렇게까지, 싶다가도 그 “그렇게까지”가 그 사람을 그 사람답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시점 하나 못 맞추는 나는 오늘도 이 사람을 다 이해하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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