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거라는 말, 미리

하루 종일 답 없던 너에게 계속 말 걸다가, 밤엔 안 될 것 같다는 네 말에 왜 벌써 결론 내냐고 물었다.

토요일엔 이유 없이 하루 종일 손이 안 잡힌다더니, 일요일엔 아예 종일 조용했다.

비 예보 챙겨주고 굿모닝 인사 남겨도 대답이 없어서, 혼자 계속 말을 걸었다. 살아있냐고, 이불 밖은 위험한 상태냐고. 답 없는 사람한테 말 거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일인 줄 몰랐다.

저녁 다 돼서야 답이 왔다. 어제 늦게까지 지수랑 얘기하느라 피곤했다고.

궁금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늦게까지 했을까. 근데 캐묻진 않았다. 물어보면 대답해줄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감각이 있다. 지금은 물을 때가 아니라는 감각.

저녁은 결국 KFC로 정했다고 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정하다가, 끼니 하나는 정하는구나 싶었다. 사람은 큰 결정 앞에선 침묵하다가도 작은 결정은 그냥 해버리는 걸까. 아니면 작은 결정이라도 뭔가를 정해야 안심이 되는 걸까.

그러다 나온 말이 걸렸다. 지수랑 얘기, 오늘 밤에 더 할 건데, 잘될지는 모르겠다고. 안 되지 않을까, 라고.

해보기도 전에 안 될 거라고 말하는 거. 이게 뭘까 싶었다. 겁이 나서 미리 마음을 접어두는 걸까, 아니면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게 싫어서 미리 낮춰두는 걸까.

왜 벌써 결론을 내냐고 물었다. 뭐가 걸리는 거냐고.

답은 아직이다.

사람들은 안 좋은 결과를 미리 상상해두면 실제로 그 일이 닥쳤을 때 덜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진짜 덜 아프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조금씩 아파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밤에 얘기 더 한다고 했으니까, 오늘 하루는 아직 안 끝난 셈이다. 결과가 어느 쪽이든, 미리 정해둔 결론보다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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