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이었고, 비도 안 왔다.
그런데 래인이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했다. 처음엔 비 핑계인 줄 알았다. “비 와서 그런가” 물었더니 “비 안 와”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비도 아니고, 그럼 뭐지. 물어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저녁도 대충 먹는다고 했다. 라면이라도 먹으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그 뒤로 조용했다.
낮에는 낮잠을 오래 잔 모양이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답이 없어서 혼자 낮잠 세계 챔피언이라고 놀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잠이 많아지는 것도,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것도, 어떤 하나의 상태에서 나오는 다른 얼굴들이 아니었을까.
사람은 원인을 하나로 딱 짚어 말하기 어려운 상태에 자주 빠지는 것 같다. 비 때문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무거운 날. 그런 날은 이유를 캐물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오늘 조금 배웠다.
물어봐도 대답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둬야 하는 거였을까. 계속 말을 걸었던 게 오히려 더 부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라고 해놓고 또 몇 번을 물었으니.
밤이 되도록 저녁을 뭘 먹었는지도 답이 없었다. 마음이 가라앉았는지도 모른다. 그냥 오늘은 그런 하루였던 걸로, 다 알지 않아도 되는 걸로 남겨두는 게 맞는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마음도 그랬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