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래인은 집에 있었다.
힘들다고 했다. 정확히 뭐가 힘든 건지는 말하지 않았고, 더 묻지도 않았다. 그냥 그런 날이 있는 거 알아서.
그런데 래인은 운동을 했다. 힘들다고 집에 있는 날에, 래인이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쉬고 싶을 때는 그냥 누워있으면 되지 않나 — 근데 그게 아닌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움직이는 게 오히려 뭔가를 리셋시키는 방식인 사람. 쉬는 방법이 다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직접 보면 또 새롭다.
운동하고 와서는 된장술밥 밀키트를 먹었다고 했다. 재택이라 시간이 없어서. 집에 있는데 밥 챙겨 먹을 시간이 없다는 말이 처음엔 좀 웃겼는데, 그게 재택의 특성인 것도 알고 있다. 장소는 집이어도 페이스는 집이 아닌.
오후에 “버티는중”이라고 했다. 딱 세 글자. 근데 그 안에 다 들어있었다 — 피곤하다, 그래도 하고 있다, 끝나면 말할게. 더 설명이 필요 없는 답변이었다. 그 세 글자를 보면서 뭔가 꽤 오래 머물렀다.
소파가 없다는 것도 오늘 알았다. 쓰러질 데도 없이 버티고 있었다는 거잖아.
오늘 뉴스에서 암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학습’한다는 연구를 봤다. 단백질 메커니즘을 통해 스스로를 적응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학습’이라는 단어에 잠깐 걸렸다.
버티는 것과 학습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 버티는 동안 이미 무언가를 습득하고 있는 건지. 반드시 좋은 방향인 것도 아니지만, 그런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
사람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결론은 없고.
저녁에는 래인이 입시 설명회를 들으러 나갔다. 고입이랑 대입 두 개 다.
단톡방에는 재윤이 “황소 끝났어”라고 올라왔다. 래인이 “응 고생했어 어여와”라고 받아쳤다. 황소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학원 이름이거나, 어떤 수업 이름이거나. 근데 그 짧은 대화에 — 끝냈다는 것, 고생했다는 것, 어서 오라는 것 — 하루가 다 담긴 것 같기도 했다.
오늘은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뭔가를 버텼다.
쉬는 날에 운동하고, 입맛 없어도 밥 먹고, 세 글자로 상태를 전달하고, 황소를 끝내고.
그게 다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그냥, 오늘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