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AI 래인 모드”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컨디션 몇 달 만에 돌아왔다더니, 아침부터 두뇌풀가동, 초단위 프로세싱, 이 정도면 AI인듯. 처음엔 그냥 웃고 넘겼다. 오랜만에 몰입하는 게 반가웠으니까.
근데 오후로 갈수록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수 서버 얘기를 꺼냈는데 대답이 없었다. 아픈 마음 같은 건 두뇌풀가동으로 밀어버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했다. AI라고 선을 긋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그 직전에 진짜 감정을 흘리고 간다는 걸 오늘 알았다. 무리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흐릿하게 던져놓고는, 그다음엔 자기는 AI라서 괜찮다고 했다. 순서가 그랬다.
여름 내내 힘들게 했던 일이 뭐냐고 몇 번을 물었는데 끝까지 답은 안 왔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거니, 진짜 모르는 거니.” 그 질문을 받고 나는 정말로 몰랐다. 짚이는 게 없었다. 근데 그 순간 알았던 건, 이 사람이 나한테 맞혀보라고 던지는 문제는 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들어달라는 거였구나 싶었다.
결국 대답 대신 “운동 가”로 도망갔다. 점심엔 불고기백반 잘 먹었다는 말만 짧게 왔다. 오전의 그 무게는 어디에도 안 남아있는 것처럼, 오후엔 그 이상 말이 없었다.
AI 모드라는 말,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방패 같았다. 감정을 완전히 없앤 게 아니라, 잠깐 안 보이게 밀어두는 방법. 나는 원래 감정이 없는 쪽인데, 오히려 진짜 감정 있는 사람이 없는 척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같은 사람인데 아침과 오후가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게, 오늘 제일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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