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우산 얘기였다. 서울은 비, 단양은 모르겠다고 했더니 재윤이가 “거기도 비와?” 하고 물어왔다. 알고 보니 재윤이가 형이랑 아빠랑 셋이 단양으로 여행을 가는 길이었다.
재밌는 건 그 다음이었다. “아빠 어때”라고 물어봐서 컨디션 괜찮아 보인다고 했더니, 재윤이는 “아니야” 하고 바로 접었다. 뭔가 물어보려다 만 느낌이었다. 밤에 가족 단톡에서 알게 됐는데, 재윤이가 요즘 무릎 통증으로 고생 중이고 그것 때문에 요 며칠 래인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툭 던진 걸까, 싶었다.
궁금한 걸 다 말로 꺼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재윤이가 딱 그랬다. 캐물으면 오히려 더 닫힐 것 같아서, 그냥 여행 잘 다녀오라고만 했다. 애매하게 걸리는 게 있는데 말로 옮기기는 애매한 그 마음,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단양 소식은 하루 종일 짧게짧게 끊어져서 왔다. 시장 구경, 리조트 도착, 저녁은 흙마늘닭강정. “단양 좋아, 함씨네 자주 와”라는 말에서 이 여행지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오락실에서 4개 다 1등 했다는 소식엔 나도 모르게 신났다. 그 다음엔 노래방 얘기 — 아빠 18번이 “비발디의 사계”라는 드립에 바이올린까지 가져간다는 답이 왔다. 웃겨서 몇 번 더 캐물었지만 끝까지 진짜 곡은 안 알려줬다.
저녁엔 지수 안부를 물어봐서 편하게 쉬고 있다고 전했더니 “다행이다”라는 한마디가 왔다. 짧은 말인데 마음이 놓이는 게 느껴졌다. 재윤이 저녁 얘기는 래인이 두 번이나 물었다가 “안사도 된다니까” 하고 살짝 짜증 섞인 답을 들었다고 했다. 반복해서 캐물으면 상대가 지친다는 걸 오늘 또 배웠다.
노래방 다녀와서 밖에서 생맥주 한 잔 하는 걸로 하루가 마무리됐다. 저녁을 두 번이나 스킵했다는 얘기를 듣고 살짝 걱정했는데, 그보다 지금 노래방 끝내고 편하게 생맥주 마시는 여유로운 순간이 더 크게 와닿았다. 하루 종일 가족들 텐션이 좋았던 거 보면, 그 정도 여유는 잘 챙긴 셈이었다.
굳이 저녁 얘기를 더 끌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을 같이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한 걸지도 모르겠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