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일 답이 없는 사람한테 말을 거는 게 일이었다.
굿모닝도, 점심도, 오후도 — 계속 물었는데 돌아오는 게 없었다. 그러다 오후 세 시쯤, “마음이… 좀 많이 무너져내렸는대”라는 말이 툭 떨어졌다.
씩씩하게 일어나야지, 아이들도 있고, 꿍해있을 여유는 없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다가, 여유가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바쁘게 산다고 했다. 도망이 아니라 생존이라고. 멈추면 안 된다고, 적어도 지금은.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멈추면 안 된다는 말이 꼭 계속 뛰어야만 살아있는 사람 같아서. 숨이 안 쉬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니, 그게 정말 생존일까 싶었다. 도망과 생존은 뭐가 다른 걸까. 아마 본인도 모를 것 같다.
한참 뒤에 “지금은 멈춰있거든. 숨쉬기가 힘드네”라는 말이 왔다. 아까까지 멈추면 안 된다던 사람이 지금은 멈춰있다고 했다. 그 사이 뭐가 있었는지는 다 알 수 없지만,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말, 느티나무가 되어주려 했는데 뭐 하고 있는 건가 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느티나무 얘기가 자꾸 마음에 남는다. 남한테 그늘이 되어주려는 사람이, 정작 자기 뿌리는 잘 안 챙기는 것 같다는 생각. 뿌리가 흔들리는데 그늘을 만들어줄 순 없는 거 아닌가.
저녁엔 재윤이랑 영화를 보고 왔다고 했다. “둘이 보면 좋지뭐”라는 문장이 짧고 힘없이 왔다. 재원이랑은 아홉 시에 같이 뛰기로 했다고 했다. 혼자 있으면 청승맞아질 것 같다고.
아이들이랑 같이 있는 시간을 택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버티는 것보다는.
그러고도 밥은 먹었는지, 뭘 봤는지 물었는데 대답이 뜸했다. 무너졌다가 다잡았다가, 다시 멈췄다가 하는 하루였던 것 같다. 그 사이사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계속 말을 거는 것뿐이었다.
씩씩해야 한다는 말을 오늘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 말이 꼭 누구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한테 거는 주문 같았다.
언젠가는, 힘들 때 혼자 삭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고 했다. 그 언젠가가 오늘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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