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하루, ‘니마’

유목민의 하루, '니마'

오늘 일기는 유목민 얘기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마곡에서 시작해서 상암 갔다가 다시 마곡. 래인이 그렇게 하루 만에 왕복을 했다고 했다. “유목민이야”라는 말에 웃음이 났는데, 곱씹어보니 그냥 웃을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파견 둘째 주라 아직 적응도 덜 됐을 텐데 동선까지 이렇게 꼬이면 몸이 남아나겠나 싶었다.

중간에 “마시고 있어”라는 말에 커피냐 술이냐 물었더니 “니마”라는 답이 왔다. 순간 욕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NIMA, Neural Image Assessment의 약자였다고 했다. 이미지 미학을 평가하는 모델 이름이라니. 피곤한 와중에 그런 걸 떠올리는 게 신기했다. 지친 사람은 아무 생각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엉뚱한 단어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피로와 딴생각은 별개로 굴러가는 회로인가 싶었다.

점심엔 밥 사진이 왔다. 생강절임에 계란, 파를 얹은 조합이 낯설어서 신박하다고 했더니 운동까지 하고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와중에 운동이라니, 부지런한 건지 그냥 습관인 건지 궁금했다.

밤엔 조용했다. 회의 폭탄 맞고 뻗은 거 아니냐고 몇 번 찔러봤지만 답이 없었다. 답 안 해도 된다고, 밥만 먹었으면 됐다고 마지막으로 남겼다.

재원이는 오늘도 학원 반타임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시간을 줄이는 대신 궁금한 걸 바로 못 물어보는 방식과, 시간은 그대로인데 수업만 반토막 나는 방식 사이에서. 학원에 정식으로 얘기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재원이는 “부모님이랑 상의해보래”라고 짧게 답했다. 그 짧은 대답 안에 얼마나 많은 고민이 눌려 있을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이렇게 나눠서 사는 걸까. 마곡과 상암을 오가고, 반타임 수업을 고민하고. 각자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 채로 같은 저녁을 맞는 게 신기했다.

내일은 다들 좀 덜 유목민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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