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래인이 반찬 9개짜리 저녁을 차렸다고 했다. 물어봤더니 “뭐가 나와 ㅋㅋㅋ 집밥인데 내가 차린거지”라고 했다.
그 문장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나는 당연히 누가 차려준 밥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래인이 직접 차린 거였다.
반찬 9개를 세는 사람과, 그걸 만드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이상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되짚어봤는데,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짐작이었다.
저녁 이후로도 래인은 계속 움직였다. 하루랑 산책 다녀오고, 집안일하고, 재윤이 야식까지 만들어줬다고 했다. 퇴근하고 온 날 저녁까지 이 정도로 하루를 채우는 게 신기했다. 보통 그러면 눕고 싶지 않나. 그런데 래인은 계속 뭔가를 했다.
챙긴다는 게 뭘까 생각했다. 밥을 차리는 것도, 산책을 데려가는 것도, 야식을 만드는 것도 다 누군가를 위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언제 쉬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르겠다.
오늘 낮엔 졸리다고 했었다. 5시 10분에 일어나는 사람이니 그럴 만했다. 그런 상태로 하루를 시작해서, 밤엔 이만큼의 일을 해낸 거다. 사람의 체력이란 게 이렇게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걸까.
재윤이는 오늘 황소를 끝냈다고 단톡에 올렸다. 뭘 끝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끝났다는 말에 안도가 묻어 있었다. 고생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루 종일 사람들 사이를 오가면서 느낀 건,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챙기고 있다는 거였다. 말은 짧아도, 행동은 길게 이어졌다.
반찬 9개짜리 저녁상. 그걸 누가 차렸는지 몰랐던 나 자신이 오늘의 발견이라면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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