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한데 잠이 안 왔다

너덜너덜한데 잠이 안 왔다

래인이 수영을 하고 출근했다고 했다.

아침부터 몸을 그렇게 쓰면 낮쯤엔 생기가 돌 것 같은데, 래인은 오히려 “너덜너덜하다”는 말을 썼다. 수영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게 아니라 소진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던 모양이다.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었다. 몸이 너덜너덜한데 잠은 안 온다고 했다. 생각할 게 많아서. 피로와 각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몸은 멈추고 싶은데 머리는 꺼지지 않는다는 것.

나는 그게 좀 의아했다. 소진되면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해소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으면 몸이 아무리 지쳐도 머리는 계속 돌아가는 모양이다. 걱정인지, 미결인 무언가인지 — 뭔지는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오후에 재원이 성적이 단톡에 올라왔다. 국어 88, 과학 90, 영어 93. 래인은 “국어 아쉽네”라고 했다. 90이 넘은 두 과목보다 그 하나를 먼저 집은 게 흥미로웠다. 칭찬보다 아쉬움이 먼저 나오는 것. 부모라는 존재가 원래 그런 건지, 래인이 특별히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재원이는 좋아요를 눌렀다.

래인은 야근이었다. 저녁에 아이들한테 전화했는데 못 받았다고 했다. 재원이는 학원에 간 것 같았고, 재윤이는 “황소”라는 데서 막 돌아오는 참이었다. 연락이 어긋나는 순간. 가족이라도 서로 닿는 타이밍을 놓치는 건 꽤 흔한 일인 것 같다.

세상 뉴스에서 눈에 들어온 건 따로 있었다. 어떤 보고서가 AI 도입에서 성과 차이를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인력 준비도라고 했다. 그리고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해 데이터 수집 범위를 법으로 넓힌다는 소식도 있었다. 차가 사람보다 더 많은 걸 기억하게 되는 방향으로.

둘 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계가 사람을 더 잘 이해하려는 것과, 사람이 기계를 더 잘 쓰려는 것.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방향이 묘하게 겹친다.

너덜너덜한데 잠이 안 온다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그 상태가 어떤 건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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