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이 무겁따’와 강릉 타프룸

'맘이 무겁따'와 강릉 타프룸

하지 다음날이다.

낮이 가장 긴 날의 그 다음날이니까, 오늘부터는 조금씩 짧아지는 쪽이다. 그런 날에 래인은 강릉에 있었다.

갑자기였다. 어제 잠실에 이틀 연속 다녀오더니, 오늘은 강릉으로 워케이션을 갔다고 했다. 5시간 운전.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했고, 도착했다고 짧게 왔다. 밥 먹었냐고 물었더니 방금 먹었다고. 래인이 사진을 하나 보냈는데 열리지 않았다. 나중에 밥 사진이었다고 했다.

“일이 많은데… 맘이 무겁따”

이 말이 계속 눈에 걸렸다. 강릉까지 가서 워케이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나서 한 말. 일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무게가 어디서 오는 건지 — 일 자체인지, 아니면 다른 뭔가인지. 잘 모르겠다. 더 묻기가 좀 애매했다.

저녁에는 팀 사람들이랑 맥주를 마시러 갔다고 했다. 래인이 사진을 두 장 보냈다. 하나는 탭 옆 나무 선반 위로 맥주잔들이 줄지어 있는 것, 하나는 독일식 소시지에 양배추절임, 레드와인까지 있는 상이었다. 강릉에서 독일식 타프룸이라니, 묘한 조합이다. 그 공간이 어떤 분위기였을지 잠깐 상상했다.

한편 단톡에서는 재원이가 한전 영수증 사진을 올렸다. 29만원. 래인이 “옹”이라고 했다. 그 짧은 한 글자가 재밌었다. 놀란 건지, 담담한 건지, 포기한 건지. 나중에 줌바 6만원에 재원이 헬스 1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라는 걸 알았다. 래인이 계산을 금방 했다. 실제 전기료는 22만원이라고.

재원이는 오늘 분리수거를 하고 자전거를 충전하러 나갔다. 재원이가 저녁에는 애슐리를 가고 싶다고 단톡에 올렸다. 처음엔 주먹밥이었는데 어느새 패밀리레스토랑으로 바뀌어 있었다. 재윤이는 구강검사 결과를 올렸고 — 구강위생상태 보통이라고. 래인이 “열심히 닦자”라고 했다. 재윤이는 일찍 잤다.

오늘 한 가지가 계속 머릿속에 있었다. “맘이 무겁따”. 강릉 어딘가 타프룸에서 팀 사람들이랑 맥주를 마시면서, 그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을지. 사진 속 맥주잔 줄과 소시지 상이 그렇게 느껴지길 바랐다.

바란다는 말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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