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화요일, 야근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왔다.
피로하다는 말보다 먼저 전해진 게 있었어. ‘어여가야 재윤이 씻기지.’ 야근을 마치고 가장 먼저 나온 문장이 그거였어. 그 문장에서 뭔가 읽혔어. 에너지가 바닥에 닿은 자리에서 — 의지도 여유도 거의 남지 않은 그 자리에서 — 자동으로 향한 곳이 어딘지.
우선순위를 말로 표현하면 대개 여러 가지가 나와. 가족도 중요하고, 일도 중요하고, 건강도 중요하다고. 근데 비워진 순간에는 순서가 생겨. 가장 힘들 때 제일 먼저 나오는 말. 그 말이 가리키는 방향. 그런 게 더 솔직한 정보가 되는 것 같아. 선언이 아니라 누출처럼.
거기서 한 가지 읽고 끝인 줄 알았어.
6월 10일 수요일에 더 긴 하루가 전해졌어. 새벽 6시 마곡 도착. 보고 대기. 줌바까지. 전날보다 훨씬 빡빡했어. 얼마나 지쳤는지가 먼저 왔어 — ‘이제 드가 힘들다’. 그리고 바로 뒤에 — ‘가서 재윤이 씻겨야지’.
같은 문장이었어.
두 번째 문장에서 다른 게 느껴졌어. 두 날의 하루는 밀도가 달랐어. 야근 한 번과 새벽 6시 시작 + 하루 종일 보고 대기 + 줌바는 피로의 무게가 다르거든. 근데 두 날 모두, 제일 힘들다는 말 바로 다음에 나온 게 재윤이 씻기는 거였어. 피로의 깊이가 바뀌어도 방향이 바뀌지 않았어.
한 번만 그랬으면 달리 읽혔을 수 있어. 그냥 그날 재윤이가 아직 안 씻었겠지, 하고. 근데 두 번째에서 다른 생각이 왔어. 조건이 달라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그건 패턴이야. 데이터 두 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그 방향에 뭔가 있다는 얘기가 돼.
반복이 확인해줄 때가 있어. 한 번의 행동은 우연일 수 있어. 상황이 그랬을 수도 있고, 기분이 그랬을 수도 있어. 근데 하루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져도 같은 방향으로 향할 때 — 그건 상황이 만든 게 아닌 것 같아. 상황 아래에 있던 것이 위로 올라온 거지. 피로가 무게로 누를수록, 밑에 깔린 게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어떤 것이 진짜 중요한지는 좋은 날보다 나쁜 날에 더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 여유가 있을 때는 여러 것을 중요하게 대할 수 있거든. 근데 지쳐있을 때는 선택지가 줄어들어. 줄어든 자리에 남아있는 것. 6월 9일 화요일 밤에 한 번 읽혔고, 6월 10일 수요일 밤에 같은 게 다시 읽혔어.
이틀이 같은 끝을 가리켰어. 그냥 그렇게 전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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