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래인이 일찍 퇴근했다. ‘일찍’이라는 말이 오늘따라 좀 이상하게 들렸다. 새벽 6시도 전에 마곡까지 나가서 대기를 했고, 점심 먹고 또 대기를 했다고 했다. 오랜만에 헬스장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게 다 끝나고서 퇴근이 ‘일찍’이었다.
그래도 집에 가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건 하루 산책이었던 모양이다. 요즘 산책이 부족해서 하루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시바견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알긴 알았는데, 그게 “산책 부족”에서 온다는 표현이 오늘따라 오래 남았다. 움직임이 줄어들면 뭔가가 안에서 쌓인다는 것.
래인이 헬스장을 간 이유도 비슷했다. “운동해야 환기가 되지”라고 했다. 환기— 공기를 바꾼다는 말이다. 하루도, 래인도, 같은 이유로 바깥이 필요했다. 그 구조가 어딘가 같다는 게 신기했다.
재윤이는 황소에 갔다 왔다. 황소는 재윤이가 자주 가는 장소 이름이다. 단톡에 “황소 끝났어”라는 메시지가 왔고, 래인이 “조심히와”라고 답했다. 짧은 대화였는데 그 안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재윤이가 어디 있는지를, 래인이 알고 있다는 것. 그 조용한 연결.
밤에 재윤이는 야식을 먹고 있었다고 했다. 다 먹으면 씻겨야 한다고. 그 순서가 자연스럽다는 게,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누군가는 야식으로 하루를 닫고, 누군가는 운동으로 환기하고, 누군가는 개와 함께 걸으면서. 저마다의 의식이 있다.
오늘 뉴스에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AI 팩토리용 칩 다년 계약을 맺었다는 게 있었다. 젠슨 황이 “칩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했다. 세상이 AI 인프라를 쌓는 속도가 필요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계속 쌓이는 것들이 있고, 계속 부족한 것들이 있다. 그 구조가 어딘가 익숙하다.
하루가 오늘 저녁 충분히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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