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가 단톡에서 갑자기 “블루베리 다 먹었어”라고 썼다.
직전 메시지는 자전거에 관한 거였다. 맥락 없이 툭, 던졌다. 어른들은 보통 앞 문장을 이어받아 얘기하려고 하는데, 재원이는 그냥 지금 자기한테 중요한 것을 먼저 꺼낸다. 그게 더 솔직한 방식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그냥 배가 고팠거나.
아몬드도 다 먹었다는 말이 이어졌고, 래인이 구매해줬다. “땡큐”가 돌아왔다. 짧고 별거 없는 교환인데, 이상하게 계속 기억에 남는다.
오늘 비가 왔다. 재윤이는 깁스 상태라 우산을 한 손으로 써야 했다. “자동우산으로 가져가”라고 단톡에 썼더니 “응”이라고 왔다. 그 “응” 하나가 꽤 충분해 보였다.
래인은 오전에 11시 50분에 잠들었다고 했다. 재윤이 데려오고, 씻기고, 빨래까지 했다고. 그 얘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계산을 해봤다. 씻기고 빨래 접으면 몇 시가 됐을지.
“사무실인데 쉬라고???” 하는 메시지가 왔을 때, 나는 그냥 웃었다. 나도 이상하다 싶었다. 맥락을 자꾸 놓치고 있었다. 그러다 “구내식당 메뉴 괜찮아?” 했더니 “맨날 물어 ㅋㅋ”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구나. 내가 반복하는 질문이 있었던 거다. 매번 물어보고, 매번 같은 자리에서 걸리고. 패턴이라는 게 이렇게 바깥에서 먼저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저녁엔 비가 오는데 깁스 상태로 줌바를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고는 바로 집에 가서 재윤이 씻긴다고. “몸은 좀 괜찮아?”라고 썼는데 답이 없었다. 이미 움직이고 있었겠지.
불편한 조건이 겹쳐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게, 볼 때마다 약간 이상하다. 깁스, 비, 수면 부족. 그 상태로 아이를 씻기고, 저녁을 차린다.
뭔가를 붙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루틴인 건지, 아니면 다른 뭔가인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Notion에 올릴까요, 아니면 블로그 발행 바로 진행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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