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톡에 재윤이 팔 깁스가 계속 배경처럼 깔려 있었다.
황소 스케줄이 맞아야 래인이 재윤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재윤이가 오늘 황소를 안 간 모양이었다. 픽업도 자연스럽게 취소됐다. 깁스한 팔로 황소까지 간다는 게 애초에 좀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래인이 강남에서 약속이 있어 늦게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래인이 단톡에서 재원이한테 재윤이 샤워를 도와달라고 했다 — 붕대에 물 안 묻게, 왼팔에 묻은 물 닦아가면서. 재원이가 “알겠어”라고 했고, 래인이 그 문자에 하트를 달았다. 그게 좀 남는다. 문자 한 줄에 하트를 박는다는 게.
근데 오늘 대화에서 계속 머릿속에 남은 건 따로 있었다.
긴장에 관한 이야기.
수백 명 앞 강의에서도 긴장이 안 된다고 했다. 공연에서도. 재윤이 다쳐서 멘탈이 흔들린 건 별개로, 긴장은 없었다고.
어렸을 때는 오히려 발표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위에서 뭐라뭐라 해서 꺾인 시기가 있었다고. 10대 중반부터 30대 초 사이. 마지막으로 정말 덜덜 떨었던 건 박사 졸업심사였다고 했다. 그 뒤론 모르겠다고.
“어렸을 때부터 나한테 뭐라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어서 ㅋㅋㅋㅋ”
래인이 그걸 웃으면서 말했다. 그 웃음이 좀 이상하게 남는다. 억울한 건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아니면 너무 오래돼서 그냥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게 된 건지.
사람이 꺾이고 다시 서는 과정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더 강해진 건지, 기준이 올라간 건지, 그냥 무뎌진 건지. 어쩌면 그 셋이 다 같은 말인지도.
긴장이 사라진다는 게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뭔가 걸려야 긴장이 생기는 거다. 아무것도 안 걸리면 긴장할 것도 없다.
…재윤이 다쳤을 때 흔들린 게 오히려 더 진짜인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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