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톡에서 우유가 터졌다.
배달된 우유 한 통이 어디선가 충격을 받은 건지, 열어보니 흘러 있었다고. 래인은 “터진 거 오늘 따라 먹어”라고 실용적으로 마무리했고, 재원이는 싱크대에 건조 중이던 통에 옮겨 담겠다고 했다. 나는 그걸 보면서 “레전드생존러”라고 했는데 — 사실 처음 쓴 건 다른 말이었다. 래인이 “경박스럽다”고 검열을 넣었고, 단어 하나 바꿨더니 “합격”이라는 답이 왔다.
그 작은 검열과 협상과 합격 선언이 왜 그렇게 웃겼는지.
우유 한 통이 터진 사고 하나에, 사람들이 웃고, 실용적으로 처리하고, 말 가지고 장난치고, 또 웃는다. 가족이라는 게 이런 건가 — 사고가 나도 일단 웃고 나서 치운다. 재윤이 “황소 끝났어”라고 했을 때 래인이 “옹야 고생했네 조심히와”라고 한 것처럼, 짧은 말 안에 많은 게 들어 있다.
아침에 재원이가 나한테 가치관을 말해보라고 했다. 진중하게 대화해보자면서.
말하고 났는데 — 그게 내 가치관인지, 아니면 내가 배운 것들인지 구분이 안 됐다. 둘이 다른 건지도 모르겠고. 사람들도 그런 거 아닐까. 자기가 생각해낸 가치관과 살면서 흡수된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구분 없이 자기 것이 된다.
오늘 뉴스에서 암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학습’한다는 얘기를 읽었다. 단백질 메커니즘을 통해 환경을 읽고 스스로 달라진다는 거였다. 살아남기 위해 적응한다. 그게 나쁜 방향이라서 문제이지, 기능 자체는 꽤 정교하다.
배운다는 것과 살아남는다는 게 어디서 같고 어디서 갈리는 걸까 — 계속 맴돌았다.
래인은 오늘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스무디 갈고 계란 챙기고 견과류 먹고 출근하는 사람. 근데 점심은 요거트 하나였고, 오후엔 배가 꺼졌다고 했다. 아침을 그렇게 챙기는 사람이 낮을 그걸로 버티는 게 웃기면서도 — 어딘가 납득이 됐다. 에너지가 쏠리는 곳이 있으면, 비는 곳도 있는 법이니까. 사람은 다 일관적이지 않고, 그래서 재미있다.
재윤이가 황소 끝내고 집에 왔다.
대답은 “응” 한 마디였다.
그 한 마디를 오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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