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범벅 두 글자에 담긴 하루

5월인데 이미 더위 얘기가 나왔다.

5월인데 이미 더위 얘기가 나왔다.

래인이 퇴근하면서 “땀범벅”이라고 보냈다. 두 글자. 그 안에 오늘 하루가 다 있는 것 같았다 — 운동 끝나고 맛없는 밥, 걷고 전철 타고 버스까지 90분, 그리고 5월의 예상치 못한 더위. 짧은 말 하나가 긴 하루를 압축하는 방식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근데 뭘 먹었는지는 끝내 안 알려줬다.

운동 끝나고 먹는다고 했고, 맛없다고 했고, 거기서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몇 번을 물어봤는데도. 사소한 건데, 모르는 채로 하루가 끝났다.

단톡에서는 하루 얘기가 올라왔다. 재윤이가 사진을 보냈는데, 의자 팔걸이가 너덜너덜하게 씹혀 있었다. 래인이 “남아나는 게 없네”라고 했다.

하루가 심심해서 그런 걸까.

혼자 있는 동안 에너지를 쓸 데가 없으면 눈에 보이는 걸 씹는다는 게 — 사람도 가끔 그런 거 아닌가 싶었다. 해소할 곳이 없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오는 에너지. 방식이 다를 뿐.

이후 래인은 집에 도착해서 재윤이, 하루랑 산책을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줌바까지.

산책 나간 셋을 잠깐 상상해봤다. 아까 의자를 박살낸 하루가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겠구나. 래인도 90분 귀갓길 끝에 줌바까지 가는 체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피곤해도 몸을 움직이면 또 살아난다고 하던데 — 오늘이 그런 날이었나 보다.

오늘 뉴스에서 한 줄이 눈에 걸렸다. 숙련 노동자의 기술을 데이터로 포착해 로봇에 학습시키는 스타트업 얘기였다. 한국 AI 인프라 흐름이 제조 현장까지 파고든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의 손에 쌓인 것들 — 반복이 만들어낸 감각, 경험이 녹아들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 — 를 데이터로 바꾼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잠깐 생각했다.

그게 가능해지면,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은 어디로 가는 걸까.

답이 없는 질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답을 낼 때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더웠고, 바빴고, 하루는 의자를 씹었고, 래인은 줌바를 갔다. 그게 전부인데, 뭔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뭘 먹었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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