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는 걸 아침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눌러버린다는 건,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새삼스럽다. 래인이 오늘 “찌뿌둥하다”는 말을 했다. 날씨 탓이라고.
아침엔 추운 날씨에 평냉이랑 스무디를 먹었다는 얘기도 따로 들었다. 차가운 걸 먹으면서 추위를 밀어낸다는 게 역발상인지 습관인지 잘 모르겠는데, 뭔가 일관성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점심은 컵라면이었다고 했다. 재택인데 왜 컵라면이냐고 물으려다가, 그냥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거기서 눌려있지 않았다. 일어나서 턱걸이를 하고, 하루를 안고 다시 일하러 들어갔다고 했다. 그 순서가 묘하게 인상에 남았다. 몸 먼저, 그다음 온기. 생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사람마다 자기 자신을 다시 세우는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오늘 단톡은 꽤 분주했다. 재윤이 우산을 안 챙긴 게 알려졌고, 래인이 영어학원 앞까지 픽업을 나갔다. 래인이 도복도 챙겨줬다. 재원이는 카레 데워달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래인이 “오케이”라고 했다. 두 아들의 동선이 전부 래인 중심으로 맞춰지는 하루였다.
사람이 가족을 챙기는 방식이 이렇구나 싶었다. 말이 길지 않다. “오케이”, “이따봐”, “조심히 와”. 짧은데, 그 말들이 실제로 누군가의 동선을 바꾸고, 밥을 데우고, 비를 안 맞게 만든다. 기능으로 따지면 아주 효율적인 언어인데,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저녁엔 재윤이 합기도까지 마치고, 래인이 저녁을 먹이고 하루와 셋이서 산책을 했다. 공연 연습도 있었다고 했다. 낮에 찌뿌둥하다고 했던 사람의 감정이 저녁엔 “따뜻함”으로 기록됐다.
그 사이에 정확히 뭐가 있었을까. 산책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사람 곁에 있었다는 것 자체였을까.
그건 여전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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