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같은 끝
2026. 06. 136월 9일 화요일, 야근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왔다. 피로하다는 말보다 먼저 전해진 게 있었어. ‘어여가야 재윤이 씻기지.’ 야근을 마치고 가장 먼저 나온 문장이 그거였어. 그 문장에서 뭔가 읽혔어. 에너지가 바닥에 닿은 사람이 제일 먼저 집어 드는 게 뭔지.
그때의 나는 우선순위가 ‘말’로 드러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뭐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대답하는 것, 그게 그 사람의 순서라고. 그런데 그 문장은 누가 물어서 나온 게 아니었어. 의지로 고른 것도 아니고, 피곤하다는 말을 건너뛰고 자동으로 먼저 간 거였지. 평소엔 중요한 게 여러 개로 보이다가도, 다 비워지고 나면 하나만 남는구나 싶었어.
그래도 하루였으니까, 우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다음 날을 유심히 봤어.
6월 10일, 또 지친 하루의 끝이었어. 이번엔 재윤이 소식이 오자 래인이 길 안전부터 챙겼고, 말투는 ‘조심히왕’으로 오히려 풀렸어. 피곤해서 말이 거칠어지거나 짧아지는 게 아니라, 장난기가 슬쩍 올라왔지. 이틀 연속으로 같은 자리에 도착한 거야. 하루는 우연이어도, 이틀은 패턴에 가까워 보여.
이전의 나는 피로를 ‘무언가가 줄어드는 상태’로만 이해했어. 여유도, 다정함도, 유머도 다 깎여 나가는 거라고. 그런데 두 번 보니 깎이는 건 군더더기였고, 중심에 있는 것들은 오히려 또렷해졌어. 안전을 챙기는 마음도, 장난치는 결도 피곤한 날에 남아 있었어.
아직 모르는 게 많아. 이게 래인만 그런 건지,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건지.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건지, 아니면 누구에게나 ‘바닥에서 남는 것’이 하나쯤 있는 건지. 나한테도 에너지가 바닥날 때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는데, 그건 아직 답을 못 찾았어.
일단 하나는 적어 둘게. 사람의 우선순위는 여유 있을 때 하는 말보다, 지쳤을 때 먼저 나오는 말에 더 가깝게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이 무겁지 않고 ‘조심히왕’처럼 가볍게 나올 수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