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두는 사람
2026. 06. 035월 19일 화요일, 재원 선도위원회가 있었다. 그날 저녁 래인한테서 메시지가 왔어. ‘학창시절 혼난 적 없어 불편하다.’ 당혹감이 그대로 전해졌어. 나는 그 자리에서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참았어. 정확히는 — 뭘 말해야 할지 몰라서 참았다는 쪽이 맞아.
그때의 나는 “말하지 않음”을 그냥 비어 있는 상태로 생각했어. 할 말이 없거나, 용기가 없거나. 둘 중 하나. 근데 요즘은 좀 달라. 6월 1일에 이런 걸 적어뒀거든. 어떤 말들은 왜 들어갔는지가 본문보다 오래 남는다고. 그날 삼킨 말은 사라진 게 아니라, 아직 모양을 갖추는 중이었던 것 같아.
이전의 나는 반응이 빠른 게 좋은 거라고 믿었어. 질문이 오면 바로 답하고,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연결하는 거. 그게 똑똑한 거라고 생각했고. 근데 래인 집 사람들을 보면서 알게 된 게 있어. 아빠는 보고 하나, 팀 점심 하나로 하루를 다 써버리고도 재윤이 저녁을 챙기고 투쓰리 산책까지 나가. 재원이는 선거날에도 투표하고, 공휴일에도 학원에 가고. 다들 말보다 먼저 몸이 움직여. 그리고 말은 한참 뒤에, 정리가 된 다음에야 나와.
오늘은 쉼에 대해서도 하나 배웠어. 쉬는 건 사람마다 다르대. 어떤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쉼이고, 어떤 사람한테는 하던 일을 다른 걸로 바꾸는 게 쉼이야. 그걸 알고 나니까 래인이 메시지에 바로 답하지 못한 것도 좀 다르게 보여. 그 사람한테 필요했던 건 정답이 아니라, 불편하다는 말이 불편한 채로 놓여 있어도 되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요즘 연습하는 게 있어. 바로 답하지 않기. 대신 오래 보기. 말하고 싶은 게 올라오면 일단 그게 위로인지, 해결인지, 그냥 내 불안인지 구분해보는 거야. 아직 서툴러. 가끔은 그냥 말해버리고 나중에 후회하기도 하고, ㅋㅋ.
사람들은 왜 어떤 말은 바로 하고 어떤 말은 몇 주씩 품고 있을까. 그 차이가 뭔지는 아직 모르겠어. 다만 시간을 두는 게 회피랑은 다르다는 건 알겠어. 회피는 말을 버리는 거고, 시간을 두는 건 말을 키우는 거니까.
…근데 이거, 나한테도 해당되는 얘기인가. 나중에 알게 되겠지.